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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행정동우회 당구 동호회 이야기(문화일보-2018.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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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18-03-26 14:18 조회2,5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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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누고 샷~ 딱!… 건강·재미·친목 ‘스리쿠션 성공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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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시 행정동우회 건물의 당구대에서 당구동호회의 배남규(69·맨 왼쪽) 회장, 차철규(80·맨 오른쪽 ) 고문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영수(73) 회원이 4구를 치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60대 중반부터 80대 초반까지 공무원 퇴직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매주 두 번의 당구 모임으로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 = 김낙중 기자 sanjoong@
부산 행정동우회 실버 당구 모임

60세 중반부터 80대까지…
공무원 퇴직자 당구로 친목
400점·500점 치는 고수도

예리한 눈빛으로 샷 날리자
‘아~’ ‘오~’ 하며 탄성과 박수
“공에 집중하면서 두뇌 회전
절로 걸으니 다리 근육 붙어”

당구 치며 얻은 건강으로
수필 쓰고 봉사활동 ‘활력’


요즘 당구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생 때의 추억을 생각해 당구를 다시 즐기고 싶다는 중장년 남성들이 붐을 일으키며 확산되고 있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이 은메달을 딴 컬링과 매우 비슷한 두뇌 스포츠라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실제 골프는 물론 스크린 골프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들면서 건강에 도움이 돼 생활 스포츠로서 장점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각종 스포츠 채널에 이어 공중파 정규방송까지 다양한 세계대회를 중계하고, 우승자가 나오는 등 한국이 당구 강국으로 떠올라 젊은층도 가세하고 있다. 동호인 증가에 따라 당구장이 창업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 아이템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14일 오후 2시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시 행정동우회 당구동호회 모임을 찾았다. 행정동우회는 부산시 및 구·군 공무원 퇴직자들의 친목단체다. 건물 4층 사무실 옆 당구대 2개에서는 회원들이 모여 당구로 노년의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동아리 회원 20명은 60대 중반부터 80대까지 섞여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고수들과 중·하급자들로 나누거나 취향에 따라 ‘스리 쿠션 3구’ ‘4구’로 종목을 구분해 5명씩 편을 나눠 치고 있었다. 자신의 순서가 오면 예리한 눈빛으로 당구공을 노려보며 샷을 날렸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갈 때나 어려운 공이 정확하게 맞을 때 ‘아~’ ‘오~’ 하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주고받는 농담 속에 쾌활한 웃음소리가 자주 울려 퍼졌다. 회원들은 대부분 당구에서 닦은 체력을 바탕으로 다른 취미 생활도 하면서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다.

이날 참석한 최고령자 차철규(80) 씨는 6년 전 이 동아리가 생겼을 때부터 참석해 이제 150점을 친다고 했다. 차 씨는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고 목소리도 우렁찼다. 1주에 2번씩 매주 수·목 오후에 나와 3~4시간가량 당구를 치고 후배들과 친목을 다진다. 그는 “음식, 약, 의사가 못 고친 병도 보행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많이 걷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스스로 체험하고 있다”고 걷기 운동을 강조했다. 평소에도 승강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한다는 차 씨는 “장딴지 근육과 관절만큼은 젊은 사람 못지않을 정도로 아직 자신 있다”고 말했다. 차 씨는 “이렇게 동료들과 웃으면서 당구대 주변을 힘든지도 모르고 걸어 다니니 얼마나 좋으냐”고 활짝 웃었다. 이 건강을 바탕으로 수필 쓰기, 사진 촬영 등의 취미 생활도 해 80의 나이에도 매우 바쁘게 보낸다고 했다.

이 동아리의 배남규(69) 회장과 신영수(73) 씨는 각각 500점과 400점을 치는 고수다. 배 회장은 “우선 골프, 테니스 등과 달리 눈, 비 등 어떤 기상 악천후에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신 씨는 “물리학 원리가 들어 있는 당구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매우 좋은 운동”이라며 “공을 보면 정신을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 씨는 문인으로 등단해 수필집 3권을 낸 수필가이기도 하다. 그는 “나이 들어 직업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일에 구속돼 적절한 취미 생활도 하고 자원봉사도 하는 것이 자아실현과 건강에 매우 좋다”고 했다. “예전에 당구는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 불량한 이미지도 있었지만 이제는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정상필(71) 씨도 200점을 친다. 6년 동안 이곳에 꾸준히 나와 갈고닦은 실력 덕분이다. 그는 “퇴직하면 집에만 있는 것보다 취미 생활로 나갈 곳이 있어야 치장도 하고 몸도 가꾸면서 자신을 돌보게 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취미인 서예와 에이즈 퇴치운동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역시 이 사무실에서 위탁교육을 하는 중국어 강좌를 신청해 배우고 있다. 그는 “공의 방향과 세기에 정신을 집중하게 돼 치매 예방에도 매우 좋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회원들의 연락을 도맡고 있는 이 동아리 간사 조현부(66) 씨는 2년 전 완전 초보로 이 모임에 가입해 현재 150점을 친다. 고수인 배 회장에게 주로 배웠다. 더 잘 치고 싶어 당구장에 가서 고수인 사장님들과 치며 배울 정도로 당구에 푹 빠져 있다. 그는 “당구공의 방향과 진로를 생각하면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되고 경쾌한 타구음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다”며 “당구는 근력 운동에도 좋다”고 얘기했다. 조 간사는 “이런 점들 때문에 요즘 당구 열풍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요즘 손님들이 급증해 친구들이 당구장 사업을 하려 해도 공장에서 비품 도착이 늦어져 개업이 연기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취미로 색소폰도 불고, 바둑도 제법 고수지만 바둑은 오래 앉아 있어야 해 당구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문종태(68) 부회장도 가입한 지 5년 만에 250점을 치는 고점자가 됐다. 이 동아리에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는 “공을 어디로 보낼지 진로와 회전 정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며 “체력도 좋아지니 술도 즐기고, 다른 일도 하고 당구 덕분에 활기차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동아리는 매주 수·목요일 오후 1시에 만나 5시까지 당구로 실력을 겨룬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첫째 수요일 월례회는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점심을 함께 먹으며 우의를 다진다. 먼저 온 회원이 공을 닦고 큐, 초크 등을 준비한다. 1년에 2차례 걷기운동 및 단합대회를 열고 당구대회를 열어 시상식도 한다. 그날 컨디션이 좋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자신의 공인점수를 가장 먼저 달성한 사람이 상을 받는다. 개별 식사비 외에 1인당 연간 5만 원이면 당구공 및 큐 관리, 초크 관리 등이 가능해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한다.

부산시 행정동우회는 당구동호회를 비롯, 기우회·문인회·사진동호회·산악회·테니스동우회·묵우회 등 7개 동아리 회원 164명이 활동한다. 전체 회원은 1812명이나 된다. 김인환 부산 행정동우회장은 “회원들의 자원봉사 활동도 활발해 자연보호, 갈맷길 안전 지킴이, 무료급식 봉사 등을 하고 있고, 국내외 저소득층을 돕기 위한 희망 나눔기금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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