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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權有罪 有權無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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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17-08-30 16:00 조회1,1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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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無權有罪 有權無罪

[63]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였던 '군사독재'시절, 우리는 사법부가 독립성을 얻기를 얼마나 간절히 소망했는가? 그런데 불가능해 보였던 그 일이 6공 때부터 싹을 보여서 근자에 와서는 사법부가 정치적 사건에 '지나치게' 자율성을 과시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의 삼성에 대한 판결을 보면 사법부가 다시 권력의 시녀 되기를 자청한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유죄가 증명되기 전에는 어떤 피의자도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함무라비 법전에도 명기된, 만국 공통 법리가 아닌가. 아무리 판사의 직관에 피의자가 권력자의 환심을 사서 덕을 보려고 권력자가 아끼는 사람을 후원한 것 같더라도, 피의자가 자기 희망을 암시한 바 없고 권력자가 '알아서' 혜택을 준 바도 없다면 '이심전심'에 의한 뇌물로 결론지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19세기 러시아의 사법 정의를 여지없이 비웃었다. 전국적으로 관심을 집중하게 된 카라마조프가(家)의 부친 살해 사건에 대해서 검사와 변호사, 판사가 모두 법정에서 기막힌 심리 분석, 사건의 발단과 전개에 대한 추리를 장시간 늘어놓는데, 각자의 목표는 진실 규명이나 정의 실현이 아니고 '어떻게 자기의 추리력과 통찰력을 과시해서 전국적 명성을 얻느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일인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법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심리와 판결에 사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우니 앞으로는 인공지능(AI) 로봇에 판결을 맡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AI가 이번 사건을 판결했다면 결코 '뇌물죄 성립' 판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명백한 수뢰죄로 판결했을 것이고, ㈜넥슨 대표의 진경준 검사장 주식 매입 대금 지원은 확실한 유죄로 판결했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결과를 보고 청와대를 의식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 있을까? 이재용이 뇌물 제공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박근혜의 뇌물죄를 성립시켜서 '촛불 혁명'의 정당성이 입증(?)되기를 현 정권이 바라는 것이야 오늘의 기본 상식 아닌가? 게다가 사법부 인사의 모든 불문율을 무시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지명은 사법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 것이다. 사법부는 과연 지난 30년간 힘겹게 이룩한 자율성을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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