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트피플이 되지 않으려면(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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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17-04-28 14:41 조회1,08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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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트피플이 되지 않으려면
예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일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 아무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던 슬픔 그리고 오랜 시간의 공허함. 비슷한 상황에서 사람들 대부분이 느꼈을 감정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화났던 것은 그 이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길거리 연인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있었고, 방송에선 새로운 맛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사라졌지만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먼 훗날 나 자신이 사라지더라도 세상은 얄미울 정도로 잘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참기 어려웠다.
역시 우리는 화끈한 민족이기 때문일까? 지금 이 순간 그냥 전쟁도 아닌 핵전쟁을 두려워해야 하니 말이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이 좌우한다는 사실.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가장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역사상 최악의 독재 국가에 인질로 잡혀 있다는 현실.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두 눈 뜨고 바라보면서도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우리. 그리고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이 역사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오늘, 또다시 봄은 오고 세상은 눈부실 정도로 다시 아름다워지고 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보트피플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일본을 능가하는 최첨단 제품을 전 세계로 수출해봤다는 사실이 아무도 믿지 않을 전설이 되게 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6/20170426037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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